취준생일기

인생 회고록 (부제 : 취준이란 무엇이길래)

zooyeonii 2022. 3. 25. 23:21

오늘은 최근에 저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전 3월 말에 인생에서 정말 큰 이벤트가 2개 있었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하나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난 이때 이랬었는데' 또는 '나라면 어떨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어보시면 재미가 +1 될 것 같네요.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저는 3월 24일에 살면서 '처음' 면접을 봤어요. 제 인생에서 '면접'은 대학교 1학년 때 연합 발표 동아리가 전부였는데요, 취업문을 두드리다 아주 운 좋게도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겪게 되는 일에 대한 두려움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모두에게 처음은 있고, 겪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과정을 기록해보고, 나중에 다른 '처음'을 겪게 될 저에게 남기고자 합니다. 

 


2022년 3월 14일 (D-10)

아직 면접을 보기 전이다. 인생 첫 면접이다. 정말 떨리는 것을 넘어서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심정이다. 그래도 주위 친구들 덕분에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조금씩 면접 대처 능력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답하면서, '아 이게 아닌데? 좀 더 잘 얘기 못하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다. 앞으로 약 일주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 것이다. 어떻게든 정말 미련 없이 회의장을 떠날 수 있도록 열심히, 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다.

 

처음의 저는 걱정에 가득 차 있고, 간절함에 다른 일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였고, 이를 다 채우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 2022. 03. 25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대학만 6년 다니는 동안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한 학기에 팀 프로젝트 3개는 기본. 학교에서 밤을 새우면서 친구들과 실습실에서 정신없이 코드를 작성하고, 정말 프로젝트에 미쳐서 살았었다. 꾸미는 것, 술 마시는 것보다 사람들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게 더 행복했다. 

 

자기소개서를 최근에 정말 많이 썼어요. 부스트 캠프에서 '삶의 지도'를 그리는 것처럼, 저도 자기소개서를 쓰며 제 대학 생활을 돌아봤었어요. 좀 유난일 정도로 팀플, 대외활동만 하는 친구가 과에 한 명씩 있지 않았나요ㅎ 이런 글을 썼던 건 아마 '간절함'에서 '분노'로 넘어가는 단계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좀 뽑아줘라, 제발!' 이런 느낌이랄까요? 약간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비슷해 보이는 게 재밌기도 했어요. -2022.03.25

 

동아리 활동도 4년을 했다. 부회장을 하면서 MT 기획, 체육대회, OB와의 밋업, 조모임 운영, 봉사활동, 공연 참여 등 많은 활동을 했다. 여러 악기에도 도전했다. '카혼'을 처음 배웠고, '드럼'을 처음 쳐봤다. '피아노'를 10년 만에 다시 해봤고, 'MC'도 살면서 처음 해봤다. 정말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4년 동안 약 100명의 사람들이 거쳐갔다.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만나고 있는 내 소중한 사람들이다. 

 

동아리 활동은 정말 저의 '처음'이 제일 많이 담긴 곳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제일 아끼는 단체고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내일도 오랜만에 보기로 했는데 기대되네요. -2022.03.25

 

대학생활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봤다. 정말 미련이 1도 없는 학교 생활이었다. 하지만 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는 것일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 걸까? 자꾸 눈물이 난다. 

 

'희망' -> '간절함' -> '분노' -> '자책/우울'로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감정의 기복이 뭐 이렇게 크죠? 정말 저도 저를 모르겠네요. 이때 왜 이랬었니? 조금은 근자감을 가져도 괜찮지 않았을까? -2022.03.25

 

일주일 뒤에 다시 일기를 쓰러 오겠다. 그땐 좀 더 후련하고, 즐거운 내용이 가득할 것이다. 

 

 


 

2022년 3월 16일 (D-8)

영어 면접을 봤다. 영어 면접을 너무 긴장했던 것 같다. 조금 긴장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퓨퓨퓨. 질문을 대체적으로 쉬웠다. 아마 내 영어 실력이 좋지는 않아서 평이하게 내줬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영어 면접을 진행하느라 표정은 친절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그 피곤해 보이는 표정은 잊을 수가 없네요. ㅋㅋㅋ -2022.03.25

 

영어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 정말 난리를 쳤다. 좋게 표현하면 노력일 것이다. 우선, 최근에 취업한 친구에게 SOS(찡찡)를 쳤다. '나 영어로 면접을 봐야 된대! 어떡하지?' 마침 친구는 영어회화 수업을 정말 오래 해왔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부분인데, 영어 회화를 이제까지 4350분이나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랐고, 친구는 선뜻 직접 외국인과 대화해보면 긴장을 덜 할 것이라며, 아이디를 빌려줬다. 그저 영어회화 수업일뿐인데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영어 면접 때보다 수업 때 더 떨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화상 영어'도 살면서 처음이었네요. '처음'을 두려워하는 저의 모습이 한결같아서 신기합니다. 이쯤 되면 그냥 'ㅊ'에 알레르기가 있는 수준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 친구가 정말 이번 면접을 본인의 입사 날까지 계속 신경 쓰며 도와줬어요. 생명의 은인, 앞으로 내가 잘할게! -2022.03.25

 

그 외에도 여러 친구들(영어 잘하는 친구들 총동원)과 모의면접을 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친구가 물어본 '유명인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니?'라는 질문이 실제로 나왔다는 것이다. 돌발 질문 중 하나였는데, 친구와 연습할 때처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모든 질문에 3-4줄로 최선을 다해 답변을 했고, 질문의 의도에 맞게 답을 했다. 난리 브루스를 췄지만, 결과가 성공적이니 충분히 가치 있었다. 

 

뭘 이렇게까지 과하게 준비를 했을까요? 하지만 저는 이 정도로 해야 '처음'해도 무난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나 봅니다. 마음의 준비가 참 철저히 필요한 사람이네요. -2022.03.25

 

정말 간절하다. 조금 과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고 싶다. 

 

음 뭐 그래도 네가 이 정도 해준 덕분에, 지금의 난 후회가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아.  -2022.03.25

 


 

2022년 3월 19일 (D-5)

면접은 다음 주 목요일이다. 후 하필 딱 다른 기업 공고가 시작되는 주이다.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스트레스가 쌓이니 몸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다. 첫 면접이고, 워낙 가고 싶은 곳이기 때문에 너무 간절해서일까?

어느 정도 이런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다. '나 뽑으려는 곳, 줄 섰어. 누가 먼저 뽑을래?' 

왠지 이번 기회에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이번에도 꼭 잘 해내야지. 난 꼭 성공할 거다. 아자 아자! 파이팅!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어요. 정말 스트레스가 쌓이니 몸이 여기저기 다 아프더군요. 너무 제 자신을 정신적으로 혹사시킨 건 아닌지, 조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2022.03.25

 


 

2022년 3월 23일 (D-1)

드디어 면접 D-1이다. 오늘은 3월 23일 수요일. 내일 아침 9시에 시작해서 11시 반에 끝나는 일정이다. 후후후 떨린다. 뭔가 전날인데 엄청 떨린다기보다는 설레기도 하는 것 같고, 진짜 마음이 핑퐁핑퐁 왔다 갔다 한다. 면접을 겪고 나서 이를 복기하면서, 회고록을 작성해볼 것 같다. 파이팅 이번에도 진짜 힘내자. 

난 잘할 수 있다! 그냥 내 경험이랑 거기서 얻은 역량과 교훈, 남김없이 말하고 오자! 

 

이런 글을 제가 남겼었는지 오늘 알게 되었어요.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 날 일찍 자고 컨디션 조절에 성공했습니다. 잘했다. -2022.03.25

 

2022년 3월 24일 (D-day)

면접 당일. 아침 9시부터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인사팀과의 면접, 전공 면접, 마지막으로 자소서/인성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현재 면접을 복기해보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질문이 들어왔고, 또 어떻게 답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현재의 기분은 '미련이 없다.' '후련하다.'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리고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결과와는 무관하게 정말 감사하다.

Thanks to


입사 일이 23일이었던 한 친구는 영어 면접 때는 아이디를 빌려주고, 자소서 기반 질문을 만들어줬으며, 전공 과목 정리본을 보여주며, 모의 면접을 도와줬다. 매서운 눈매로 면접관보다 날카로운 질문을 해준 덕분에, 나는 막상 면접에서 압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덜덜 떨던 모습에서 마지막엔 어떻게든 받아치는 모습으로 만들어줘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다른 친구들은 현직에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개발역량을 위주로 면접을 도와줬다. 자소서를 꼬리에 꼬리를 달며 질문을 하고,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잘되는지 코칭해주었다. 덕분에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무의식적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너희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또 다른 친구는 화학공학을 전공하며, 이해가지 않는 배터리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정말 화학1만 배우고 많이 건방 떨었는데, 나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어서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최근 이슈에 대한 영상을 볼 때마다 잊지않고 나에게 보내주었던 그 섬세함에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당사의 면접을 준비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도 생겼다. 알고보니 한 분은 우리 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했다. 4명이서 함께 모의면접을 하면서, 정말 킬링 질문을 많이 해줬다. 그리고 실제 대부분의 질문을 오늘 받았었다. 본인의 면접이 끝난 직후에도 다른 멤버들의 면접을 도와주고, 피드백을 아끼지 않았던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면접 준비를 하면서 조금 Pstage에 소홀했는데, 이런 나를 응원해준 버킷 팀원들에게도 감사하다. 어서 마음 다잡고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팀에 많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면접'이라는 것을 준비하면서 참 많은 것을 되돌아 보았다. 나의 전공지식, 그동안의 대학생활, 프로젝트, 경험 등도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지만, 무엇보다도 수많은 도움을 받음으로써 지금까지 왔음을 깨달았다. 미련이 전혀 남지 않고, 그저 '감사함'이 남았다. 

앞으로 '처음'에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화이팅.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취준'은 무엇일까요? 이게 뭐길래 이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하고, 올라가려 하면 대차게 밀어내는 것일까요?

이 끝의 기쁨의 크기는 어느 정도로 큰가요? 빨리 알고 싶은 처음의 감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