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넷째 주, 큰 이벤트가 2개 있었다. 바로 오늘은 친구의 결혼식.
벌써 결혼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27살이니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결혼하는 친구는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이다. 오늘은 이 친구를 생각하며 축사를 써보고자 한다.
처음은 그저 이름만 아는 동아리 친구였다. 그냥 흘러갈 뻔한, 그런 사이였다. 살면서 갑자기 '아 이번 방학은 진짜 팽팽 놀아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단기 파견을 신청한 적이 있었다. 일본 삿포로에서 한 달 동안 수업도 듣고, 놀기도 할 계획이었다. 거기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자!라는 생각에 혼자 몰래 신청했다.
결과 발표 날, 총 10명을 뽑는데 내 이름이 있었다. 여자 2명, 남자 8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학교 조. 여자 한 명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목록을 살펴보니 음.. 알 것 같은 이름이 4개나 있더라. 우리 동아리에서 4명이 선발된 것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한 명이 바로 이 친구였다.
참 신기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지? 싶은 순간이었다. 마침 방 배정도 바로 옆방이었기 때문에, 우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정말 외모도 성격도 어느 것 하나 닮은 점이 없는 우리였다. 사실 친해지기 전이니, 잘 알지도 못했다. 워낙 화려한 겉모습을 보고 사실 난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둘이서 얘기하다 이 친구가 본인의 속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이때 난 이 친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이 말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난 장애인을 좋아해.' 이 문장을 듣고 처음엔 '...?' 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이 친구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장애인인 친구와 함께 지내면서, 특수학교 교사를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성적에 맞춰 학교에 진학했고, 다시 편입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은 꼭 장애인을 위하는 일을 할 것이라며 '심리학과'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정말 눈에 띄게 친해졌다. 친구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고,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것 같았다. 참 함께 있는 게 즐거웠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또 위하는 마음이 보였다. 난 그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또 존경스러웠다.
어느덧 이 친구가 졸업을 할 때였다. 공기업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친구에게, '어디 쓰려고?'하고 물어봤다. 내 주변 사람들은 보통 LH, 한전, 한수원 등에 많이 갔기 때문에 아 이 친구도 이런 쪽이려나?라고 생각했다. 친구는 장애인 고용공단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직업상담 전문가를 한 명 뽑는데, 본인은 이 일이 자신에게 천직일 것 같다며,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NCS를 보고, 면접을 보고 나서 약 2주 후 어느 날이었다.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뛰어오더니 울면서 안겼다. "아.... 혹시 안된 거야? 야 괜찮아.."라고 하려는데, "나 됐어....". 친구는 정말로 2년 전 내게 '난 심리학을 전공해서 나만의 방법으로 장애인을 위하는 일을 하고 싶어'라고 한 말을 이뤘다.
평소엔 고집쟁이에 나한테 맨날 사진 못 찍는다고 구박하는 친구인데, 이런 반전 매력이 있다. 참 멋있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 선입견과 편견을 지우는 법을 알려준 너를 만난 것에 정말 감사하다. 네 덕분에 나는 사람의 '진심'의 힘을 믿게 되었고, 이러한 행동이 주위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믿게 되었다. 사랑하는 너의 앞 길에 항상 행복만이 가득하길. 항상 응원한다 친구야.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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